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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및환우회 | 2017년 01호
백혈병 환우모임 루 산우회 최종섭 회장
지난 10여년 동안 백혈병 환우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한편으로 백혈병 환우들의 모임 중의 하나인 ‘루 산우회’를 이끌고 있는 최종섭 전 회장을 <더 캔서>가 인터뷰했다. 그가 산우회 회원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한 이유, 그리고 당시의 감동과 열정을 정리해서 소개해본다.
edit_도윤경 photograph_신기환 기자 | 2017-03-0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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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우회 모임 ‘루 산우회’의 최종섭전 회장. 그는 암 환우들을 이끌고 두 번이나 히말라야를 다녀온 것으로 유명하다.
10년전 만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당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일종의 사망선고를 받았을 당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한다. “ 막상 진단을 받았을 때는 정말 막막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고 여러 가지 치료 과정이 좋은 결과를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상 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05년 5월28일 충북 괴산의 조령산에서 실시한 “희망찾기 스마일 어게인”을 주제로 시작한 1박2일 여름캠프에 환우와 가족 그리고 백혈병을 연구하는 의료진과 전문 산악인 등 모두 120여명이 참가했던 것을 기회로 ‘루 산우회’를 결성한 장본인이다.
이후 루 산악회는 매달 한번씩 정기산행을 통해 환자들간의 정보도 나누고 투병 의지도 키우는 행사를 해오고 있다.


“루 산우회를 처음 결성한 것은 환우들도 서로 소통이 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회가 되어서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전국의 많은 환우들이 참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서울이나 경기지역만 있었는데 지금은 각 지방 지역마다 지부가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죠” 산우회가 활발한 모임을 형성하고 있을 무렵 최종섭 회장은 몇 몇의 백혈병환우들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올 생각을 했다. “처음 히말라야에 오를 때는 과연 환우들과 함께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1차로 다녀올 때는 방송국과 배우 최진실씨, 수애씨가 함께 참여하여 히말라야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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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다시 암 환우들과 함께 2차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이런 불가능할 것 같은 것을 꾸준히 도전 하는 이유를 다른 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환자야‘ 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과 말은 절망적이다. 각자의 마음가짐은 내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절망에 빠진 나를 구원해 줄수 있으며 절망과 희망을 오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의 상당 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육체적인 질병보다 더 큰 마음의 고통이 이어질 수 있다” 고 말하며 이런 것에서 벗어나서 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이번호 <더 캔서>는 당시 히말라야를 다녀온 두 명의 환우이야기를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들려주려 한다. 끊임없이 도전을 하면서 병을 극복하고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서로 힘을 나누어 가졌으면 하는 최종섭 회장의 말처럼 많은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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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여행기
히말라야에 간다는 것이 일반인으로서는 여러 가지 여건상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환자의 몸으로 간다는 점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등반 대원들은 좋은 경험과 도전이 될 이런 기회를 놓치기가 너무 아쉬워 참가하게 되었다. 2차 원정대의 목적지는 파키스탄 북부에 위치한 날타르이다.


▲▲ 원정 1일
인천 국제 공항에 모여 루 산우회 식구들은 시끌벅적한 환송을 받으며 원정대의 그첫 걸음인 방콕으로 출발했다. 막상 출발 하고 보니 설레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아마도 건강했을 때의 패기 넘치던 시절이 생각나서 아닐까 싶었다. 발병 전에 어느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활력이 넘쳤는데 골수이식 후에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 치다보니 자신감이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과연 내가 잘해 낼 수있을까. 자신에게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같이 갔던 팀원들의 패기와 열정이 나를 이끌었다.


▲▲ 원정 2일
후텁지근한 날씨 탓인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지만 어김없이 해는 밝아왔다. 태국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파키스탄으로 출발했다. 파키스탄 상공에 다달았을 때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태국과 달리 삭막 한 사막을 보는 듯 척박해 보였다. 타국의 여러광경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다. 주인 아주머니와 따님께서 우리 원정대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우린 굶주린 배를 한식으로 채웠고 그간의 여독을 풀면서 그 이튿날을 보낼 수 있었다.


▲▲ 원정 3일
오늘은 이슬라바마드에서 칠라스까지 차량으로 약 15시간 정도 이동하는 날이다.
6시 기상해서 신변을 정리하고 출발했는데 15시간 동안 차를 타보지 않아서 그런지 걱정이 앞선다. 한참을 달려 시외로 빠져 나왔을 땐 비행기안에서 봤던 것처럼 주변 환경은 척박한 사막처럼 보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차안에서 꾸벅꾸벅 졸 정도의 여유가 생길 무렵 저 너머 산 비탈길을 따라 지그재그선을 그은 듯한 길이 그 옛날엔 실크로드였다는데 살아가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대장정으로 몸은 고되지만 위험한 절벽 길을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으로 삼았다.


▲▲ 원정 4일
칠라스의 아침은 고요하면서도 상쾌해서 어제의 피로를 풀어 주는 듯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음 기착지인 길깃으로 출발했다. 여기까지 왔던 길이 그렇듯이 절벽 길을 몇 시간 달렸을까?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세 곳의 산악지역인 힌두코시, 카라코람, 낭가파르밧이 합쳐지는 곳에 도착하여 주변을 조망하기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가 뜨거운 기운을 느꼈다. 빙하수가 흘러 만들어진 인더스 강은 큰 강물을 이루었고, 그 강을 따라 펼쳐진 기암괴석은 그랜드캐니언을 연상하게 하는 절경으로 차량 이동으로 지친 우리 원정 대원들을 위로 하는 양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원정 5일
아침은 국을 먹던 습관 때문이지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장수촌으로 유명한 훈자왕국으로 향했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간혹 흰설산이 보여질 땐 탄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멋진 장면을 담아보려고 흔들리는 차안에서 숨을 죽이고 사진을 찍었다.
어느덧 훈자왕국에 도착했는데 성위에서 바라보는 훈자왕국은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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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 6일
롯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날타르 피크 점령의 전초기지격인 날타르 호수까지는 버스와 지프로 이동하는데 비포장 길을 서너 시간 달려 오늘 기착지인 날타르 호수에 도착했다. 모든 구간이 너무 위험했지만 다행이도 무사히 도착했고, 날타르 호수의 맑고 깨끗한 옥빛물결은 비포장 길에 지친 육체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자연을 채 느끼기 전에 야영 첫날을 위해 텐트를 치고, 짐을 풀고 준비했다. 날타르 호수는 해발 3200m에 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고산증상의 검은 손은 서서히 원정대의 목을 조여왔다. 말로만 듣던 고산증상은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어서 해가 떠 있을땐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해가 지고 기압이 낮아지면서 증상의 정도는 심해지는 것이 앞의 일정이 걱정이 되었다. 이날은 한국요리를 하는 네팔 청년이 백숙을 맛있게 요리를 해줬지만 울렁증으로 인해 음식을 먹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나마 고산증상을 잊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원정 7일
롯지에 대한 생활에 나름 불만이 있었는데 야영으로 하루를 보내보니 롯지의 생활은 천국에 비할까 싶다. 역시나 고산증상으로 대충 식사를 마치고 로우샤니(3800m) 고지로 향했다. 고산증상이 완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산을 할 만큼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얼마쯤 걸었을까. 고산 증상이 무뎌졌을 즈음, 눈앞에 드넓은 초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졌는데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약 6시간이 소요되는 트레킹 일정이다. 대원들 중 두명에게서 고산증세가 나타났는데 견디기 힘들어서 약을 먹기도 했다. 코피도 나고 두통도 점점 심해지는데 주변은 아름다우니 머리는 아픈데 눈은 즐겁고 처음 느껴보는 묘한 경험이었다.
바로 앞과 옆에 산의 최하 높이가 5000m 급인데 이제는 눈에 익어서 인지 7000m 급 산봉우리를 보아도 처음과 같은 감탄사는 나오질 않는다. 이래서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고 하는가 보다. 저녁식사를 마치니 몸이 지칠대로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 원정 8일
잠을 좀 잔 듯 했으나 영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간밤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하니 약을 줘서 먹었던 것이 효과가 있는것 같다. 일행 중 2명이 고산 증세가 있어 이날은 여기에서 쉬기로 하였다. 아무리 더워도 이곳의 냇물로 세면을 절대 하면 안되고 물수건으로 닦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감기 걸리면 큰일이니 조심해야 했다.


▲▲ 원정 9일
하루를 쉰 탓에 대원들 모두가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 3800m인데 4100m 까지 가려면 약 5시간 트레킹을 해야한다.
오늘부터는 눈발을 많이 지난다하여 그동안 신었던 등산화를 벗고 이번에 새로 구입한 등산화를 신었다. 트래킹 도중 촬영 때문에 이미 갔던 길을 반복하니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는데 길이 험하기 보다는 산소가 부족해서 더 힘이 들었다.
이곳은 고산지대라 강한 햇살 때문에 날​씨가 이렇게 덥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많아지며 금방 추워지니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제 3야영지 4100m에 도착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가관이었다. 습지에서 야영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 소똥과 돌이 잔뜩 널려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텐트를 치고 나니 고산증 세가 나는 팀원들은 두통이 심해져서 조금 쉬기로 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올라왔을 뿐인데 경치가 또 다르다. 바로 옆엔 날타르의 최고봉인, 정상의 모습이 하트 모양인 샤니피크가 매우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다.

▲▲ 원정 10일
날타르 피크를 정복하고 약 3600m 정도 까지 하산할 예정이다. 정상에 오르는 내내 날이 흐리더니이내 비가 내린다. 고산 이라 엄청 추운데 비바람까지 몰아치니 막막하다. 약 1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일정이다. 날타르 정상까지 약 3시간 걸려 올라왔는데 온 길이 생각보다 쉬워서 자신 만만해졌다. 그래도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하니 서로 환호성도 지르고 격려도 하면서 모두들 감격에 젖었다.
앞으로 계속될 투병 생활이지만 그간 지내 왔던 생활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생활에서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든 것에서 반성 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연의 위대한 힘인 듯 싶다.
앞으로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가족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하겠다는 각오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가장의 역할을 다짐하고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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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 11일
무릎 통증이 심해 밤새 잠을 못 잤다. 잠자리 들기 전에 마사지도 하고 약도 발랐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으니 하산을 시작했다. 약 2시간이 지났을까? 오른쪽 무릎이 많이 아파 왼쪽에 힘을 많이 주었더니 왼쪽 무릎에도 문제가 생겼고 결국에 아예 걷기 힘들 정도로 양쪽 무릎의 통증이 심해졌다. 힘든 일정은 모두 끝났고 하산 길이라 한편으로 트레킹으로 끝나가는 것이 섭섭하 였지만 몸이 이러니 주변의 일행에게 뭐라 말하지 못했다. 힘들게 너무나 힘들게 하산하는데 이내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았던 걱정이 사라진다.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우리가 돌아가는 동안 지겹게 오래 타야 할 버스지만 오랜만에 만나보니 반갑기 그지 없다. 길깃에 도착 후 전에 묵었던 호텔에서 깨끗하지 않은 그 잿빛 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나니 아무리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이곳이 천국인 듯 하다.


▲▲ 원정 14일
시차로 인해 하루가 지나 방콕을 경유해긴 시간 비행 끝에 오전부터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 후 입국장으로 나왔을 때원정 대원 가족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었 다. 간단한 환영식을 마치고 길고 길었던 보름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출발 전 나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에 잘은 아니지만 해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이식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좀더 심신이 강해졌으면 하는 바램이고 현재 투병중인 환우들에게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한암매거진 2017년 01월
지난 THE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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