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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의 푸드레시피 | 2017년 06호
금주 禁酒, 가성비 최고의 암 예방책
건강이 화두인 시대.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져 간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을 달고 TV나 인터 넷에서 소개되는 각종 매직(magic) 식품 중 그 효과가 과학적 으로 검증된 것은 소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다 현명한 식생활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식품과 영양에 대한 지식을 국제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의 최신 보고서에 근거하여 시리즈로 전달 하고자 한다.
글_ 윤지현(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기자 | 2017-07-1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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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은 암 유발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가진 식품으로 적색육, 가공육, 그리고 알코올 음료 즉, ‘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세가지 식품 중 암 예방을 위한 소위 ‘가성비’ 최고의 식품을 뽑으라고 한다면?


적색육이나 가공육의 유발하는 것으로 확실한 근거가 밝혀진 암은 단 한 가지, 대장암밖에 없다. 반면, 술이 유발한다는 ‘ 확실한’ 근거를 가진 암으로는 구강·인두·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이 있다. 위암 또한 술이 유발할 ‘가능성 높은’ 암이다. 게다가 음주와 밀접한 연관성이 밝혀진 이러한 암들 중,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 암이기도 하다. 해서 우리나라 국민의 식생활에서 암을 예방하기 위한 단 한 가지 비책을 세워야 한다면 분명 술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2007년 보고서에서 국제암연구기금은 술을 위암의 유발 식품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연구들을 추가적으로 고찰, 판단한 2016년의 보고서에서 술은 위암 유발의 ‘가능성 높은’ 인자로 포함되었다. 술의 대장암 유발 효과의 경우, 남성에게는 ‘확실한,’ 여성에게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되었다. 또한 술은 폐경전 유방암에 대해서는 ‘가능성 높은’, 폐경후 유방암에 대해서는 ‘확실한’ 유발 인자로 보고되었다. 간암에 대해 국제암연구기금의 2007년 보고서에서는 술을 ‘가 능성이 높은’ 발암 인자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2015년의 새로운 보고서에서 술의 간암 유발에 대한 근거는 ‘확실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렇듯 국제암연구기금은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통합적으로 수용하면서 술과 각종 암과의 관계에 대한 결론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수정된 결론을 반영하여 암 예방을 위한 지침 또한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 결과, 음주와 관련한 암예방 지침에도 획기적 전환이 이루어졌다. ‘절주’를 강조했던 기존의 지침에서 소량의 음주조차 허용하지 않는 ‘금주’로 지침의 방향이 전환된 것이다.


위암과 간암에 대해서는 음주의 발암 가능성이 일정 양(1일 45g 이상의 알코올, 우리나라의 20도 소주 4~5잔) 이상의 알코올 섭취와 관련된 반면, 대장암이나 유방암 등에 대해서는 소량의 가벼운 음주도 암 발생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적정량의 음주로부터 올 수 있는 신장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같은 건강상의 혜택이 음주가 높일 각종암 발생의 위험을 넘어설 수 없음이 더욱 자명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따라 지난 해 우리나라의 보건 복지부도 ‘국민 암 예방 수칙’ 중 음주 관련 항목을 ‘술은 하루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에서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음주 관련 수칙이 우리나라 국민의 암 예방을 위해 과연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음주 관련 통계를 보면, 과거 절주를 권장한 암 예방 수칙이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음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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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자의 경우, 2015년 기준, 월 1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이 약 75%, 한 번 술을 마실 때 평균 7잔(약 소주 한 병) 이상 마신 사람이 약 20%로 이러한 수치는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성인 여성의 경우, 관련 통계는 더욱 우울하다. 10여년 전 세 명 중 한 명만이 월 1회 이상 술을 마신 반면, 이러한 수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두 명 중 한 명으로 치닫고 있다. 한번 술을 마실 때 5잔 이상 마신 성인 여성의 비율도 3%대였던 10년 전과 달리 최근 수년 간 6% 전후인 양상이다. 우리나라 의 대표적 여성암인 유방암 발생률의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여성 음주율의 증가가 걱정인 이유다.
건강에 대한, 특히 암 예방에 대한 지극히 높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음주 실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재작 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발표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인 민감한 반응은 술에 대한 무감각적(?) 태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 즉 ‘에탄올’ 역시 1군 발암물질이다.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품은 단순히 개인적 선택의 결과만은 아니다. 특히 술이 그러하다. 필자가 관여하는 암이나 건강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도 회식 자리의 폭탄주가 낯설지 않다. 이러한 자리에서조차 금주를 실천하는 것 또한 결코 녹록치 않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음주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2017년 대한민국 국민의 식생활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가성비 최고의 암 예방책이 ‘금주’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이러한 비책의 실효성을 위해 음주에 대한 범국민적 계몽과 문화 개선을 위한 전략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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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 서울대식품영양학과 교수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대한암매거진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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